
Reuters / Laily_Rachev
일론 머스크가 인도네시아로 떠날 예정입니다. 지난 14일 미·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머스크와 만났는데요. 그는 머스크에게 인니로 방문해달라고 초청했고, 머스크는 이에 응했다고 해요.
머스크의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은 11월로 예정됐습니다. G20 정상회의가 개최될 시점에 방문할 계획이죠. 그가 초대에 응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인도네시아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입니다.

Tesla
1) 지지부진한 배터리 공장 설립 문제
머스크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니켈’ 공장 투자 논의를 해왔습니다. 니켈은 배터리 4대 구성 요소 중 하나로,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소재인데요. 인도네시아는 니켈 세계 최대 생산국입니다. 지난 2018년 무려 56만 t의 니켈을 채굴했고, 2027년까지 공급을 주도할 것이라 점쳐지고 있죠.
테슬라는 현지 업체와 니켈 생산을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어요. 니켈 채굴을 전담으로 맡는 벤처 설립을 넘어서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도 구상하고 있었죠. 하지만 3년 가까이 진행된 논의는 지난 3월 끝내 무산됐는데요. 인도네시아 측은 “테슬라 측의 일방적인 요구가 많았다”라면서 평등한 거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죠.

Tesla
하지만 지난달부터 인니 측이 다시 머스크에 러브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니 상공회의소 측은 트위터에 머스크와 만난 사진을 공개하면서 “테슬라가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해 니켈 공급 및 가공과 관련해 인도네시아와 협력하도록 설득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죠.
인도네시아가 오는 2030년엔 전기차 산업 허브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를 끌어들이는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테슬라 입장에서도 배터리 공급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를 마련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 만큼 이번 협력은 양쪽 모두 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Screenrant
2) 테슬라에 붙는 비싼 세금
일론 머스크는 지속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해왔습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많고, 계속 성장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협력하기 좋은 국가”라고 말해왔죠. 하지만 테슬라 전기차 수출은 하지 않고 있는데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머스크가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관세’ 때문입니다.
인도 정부는 완성차에 큰 관세를 붙이고 있습니다. 4만 달러 이하는 60%, 4만 달러 초과는 100% 관세가 부과돼요. 관세가 붙는다면 자연히 자동차 판매가가 높아지고, 그런 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 측은 관세를 내려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관세 중앙위원회 측은 “관세 재조정 여부를 살펴봤다. 하지만 현재 관세 구조하에도 타 기업은 전기차를 거래하고 있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죠.

Metal Working World Magazine
인도 정부 측은 ‘관세가 문제라면 테슬라가 현지에 공장을 세워 전기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라’고 조언을 제시했습니다. 현지 생산을 위해 수입되는 전기차 부품에는 관세가 15~30%밖에 부과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머스크는 순서가 잘못됐다는 입장입니다. 머스크는 수입차 판매에 성공한다면 인도에서 공장 건설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죠. 관세와 공장 건설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SpaceX
3) 스페이스 X 발사장 설치할까? 말까?
인니 정부는 2020년부터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당시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스페이스 X에도 관심을 가졌는데요. 조코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제안하면서 ‘우주선 발사대 건설’도 언급했다고 해요.
인도네시아 언론사 콤파스(Kompas)는 “스페이스 X가 인도네시아에 발사대를 설치한다면, 적도로 궤도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안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죠. 로켓 발사장은 대부분 적도 근처에 위치하는데요. 원심력이 훨씬 커 상대적으로 중력이 약하기 때문이에요. 로켓을 쏠 때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필요한 연료량도 줄여주죠.

Easyvoyage UK
인니 측이 제시한 곳은 적도 근처에 위치한 비악섬입니다. 그렇지만 발사장 건설도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민들이 발사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죠. 발사장 예상 장소는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이용하는 사냥터, 낚시터 근처에 있어 환경에 영향을 줄 확률이 높아요. 인도네시아는 발사대 도입을 기점으로 10년 이내 섬을 ‘현대 사회’로 변경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상치 않죠.

NYT
쌓인 문제들,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머스크는 올해 인도네시아 방문으로 배터리 공장 설립 위치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공급망 혼란이 상당한 만큼, 원자재가 풍부한 곳을 선점해야 할 필요가 있죠.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테슬라 공장 부지도 물색해야겠죠. 스페이스 X 발사장은 배터리, 테슬라 공장만큼 급한 문제는 아니기에 비악섬 방문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몇 년 간 끌어온 문제들을 이번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인니 측과 머스크의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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